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자라고, 대학생 때는 해외에서 지냈다.
내가 엄마 곁에서 살지 못한 이유는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친구들 앞에서는 늘 내 삶에 만족한 척 살았지만 내면에는 엄마에 대한 원망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아이 엄마가 되고서야 친정엄마와 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되돌아봤다.
그즈음 어머니전을 한다기에 친정엄마와 함께 가보기로 했다.
전시관에 단 둘이 있으려니 어색해서 엄마보다 1미터씩 앞서서 관람했다.
흘끗흘끗 엄마를 보니 계속 울고 계셨다.
관람을 마치고 테이블에 마주 앉았을 때 엄마의 첫마디는 “내가 너한테 정말 미안하다”였다.
외할머니께 제대로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한 엄마는 자식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제야 엄마의 삶이 이해됐고, 수십 년간의 아픔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줄 알았던 엄마와의 벽이 어머니전에서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