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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한 송이에

카네이션 한 송이에

시인 이권섭

화사한 철쭉처럼
젊고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다 잊으신 당신

밤새 콜록거리는
자녀들의 작은 기침 소리에도
하얗게 밤을 지새우시며
눈물로 가슴앓이 하시고

혹여 춥지는 않은지
근심 가득한 마음으로
미명의 새벽부터
사랑의 군불을 지피시던 당신

지극하신 희생
보답할 길 없으련만

막내아들의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에
시린 세월 내려놓고
함박웃음 지으시는 당신

어머니

Dear 그리운 엄마!

Dear 그리운 엄마!

오송월

그날따라 더욱 미역국을 먹기가 싫었습니다.
저는 밥상에 앉았지만 “엄마, 또 미역국이야”라고 불평하며 계속 투덜거렸습니다.
그러다 그만 뜨거운 국을 다리에 쏟고 말았지요.
금세 다리가 붉어지더니 물집이 잡혔습니다.
엄마는 너무 놀라 바로 저를 업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가셨습니다.
치료를 받은 후 상처는 나날이 아물어갔습니다.
그날 이후로는 밥상 위에 미역국이 올라오지 않았지요.
저는 미역국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습니다.
엄마, 그런데 그 일이 지금까지 제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할 줄은 몰랐어요.
당시 엄마가 병에 걸려 수술을 한 후 매끼 미역을 먹으라는 의사의 권고를 듣고 그리 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거든요.
저는 엄마가 수술을 받았으니까 다 치료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관리해야 된다는 것을 몰랐어요.
엄마의 고통은 알지도 못한 채 철없이 음식 타박을 했던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그렇게 철없이 굴 때에도 엄마는 그저 제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셨지요.
엄마의 병이 재발된 게 다 저 때문인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다 자라면 효도해야지 했는데, 엄마가 저를 기다려주지 않으시네요.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엄마 냄새가 나는 물건. 어린 시절, 엄마는 당신의 한복 중 가장 좋은 것을 골라 내게 털조끼를 만들어주셨다. 
가슴 먹먹한 날이면 엄마를 그리며 조끼에 손을 넝허 비벼본다.
엄마를 보낸 후, 엄마 냄새가 지워질까 봐 한 번도 세탁하지 못했다.
털조끼 | 부산, 유승희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엄마 냄새가 나는 물건. 어린 시절,
엄마는 당신의 한복 중 가장 좋은 것을 골라 내게 털조끼를 만들어주셨다.
가슴 먹먹한 날이면 엄마를 그리며 조끼에 손을 넣어 비벼본다.
엄마를 보낸 후, 엄마 냄새가 지워질까 봐 한 번도 세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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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반지 | 광명, 장성미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모은 돈으로 어머니께 선물한 반지.
어머니는 막내딸이 해드린 반지를 아끼시느라
2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서랍 속에 고이 간직만 하셨다.
이제 팔순이 되신 엄마는 치매가 시작되어 간간이 기억이 흐리시다.
기억이 완전히 흐려지기 전에 돌려주신 빛바랜 반지를 보니,
막내의 선물이라고 기뻐하셨을 엄마 얼굴이 겹쳐 마음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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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깡 | 부산, 조혜정

어머니가 쓰시던 수동식 바리캉.
나와 언니들의 머리는 가위로,
오빠들의 머리는 이 바리캉으로,
그렇게 어머니는 손수
육 남매의 머리를 잘라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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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편지 | 인천, 장혜정

홀로 지내시는 친정 어머니가 79세 되는 연세에
처음으로 글을 배우셨다. 허리는 굽어 땅을 향하고
계속 몸이 좋지 않아 병원생활을 하셨음에도
막내딸에게 편지를 써주고 싶어 하셨다.
혹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김장과 함께 보내주신 어머니의 편지.